성공사례
가장이혼의 효력
[사실관계]
대법원 판결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천자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와 피고 B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A가 처가집에 들어가 농사일에 종사하던 중 장인 및 장모와 불화하여 장인이 A에게 집에서 나가기를 요구하였다. A는 사위의 신분으로는 그 동안의농사일을 한 것에 대한 노임을 청구할 수 없는 것으로 오인하고, 노임청구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B와 합의하에 일시적으로 이혼신고하기로 하여 협의이혼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A와 B는 계속적으로 종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였다. B는 A와의 부부관계의 해소를 주장하였다.
[소송의 경과]
1) 원심(대구고등법원 1992.12.16. 선고 92르427 판결)은 A와 B는 종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부부생활의 실체를 영위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신고는 이혼의사가 결여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2) 이에 대하여 피고인 B는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일시적으로나마 이혼신고를 하기로 하는 합의하에 협의이혼신고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그 이혼신고를 할 때에 사실상의 부부관계까지 해소할 의사는 없었고 단지 그 장인, 장모를 상대로 노임청구를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혼의사가 결여되어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이혼무효확인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법원의 판단]
협의이혼에 있어서 이혼의사는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하므로,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간의 합의하에 협의이혼신고가 된 이상 협의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양자간에 이혼의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같은 협의이혼은 무효로 되지 아니한다.
[변호사의 평석]
- 이혼의사와 이혼신고의 관계
직접적인 명시적 규정이 있지는 아니하지만, 협의이혼을 위하여는 우선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혼의사란 혼인의 실체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의미하고, 합의가 없는 협의이혼은 무효로 된다. 그리고 형식적 요건으로서 호적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신고를 하여야 협의이혼은 효력이 생긴다. 그러므로 이혼의사의 합치와 이혼신고는 별개의 서로 독립한 이혼의 성립요건이라고 이해하여야 하고, 이혼의사의 합치 없는 이혼신고만으로도 이혼은 성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혼신고 없는 이혼의사의 합치만으로도 이혼은 성립할 수 없다.
- 이혼의사의 본질
협의이혼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우선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다만 어느 경우에 협의이혼이 되는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보는가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한다. 학설상으로는 실질적 의사설과 형식적 의사설이 있다.
2) 학설
(1) 실질적 의사설
실질적 의사설은 이혼의사란 단순히 이혼신고를 한다는 의사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통념상 이혼을 하는 의사, 즉 실질적으로 혼인공동체를 해체할 의사까지를 필요로 한다는 견해이다. 실질적 의사설에 의하면 혼인의 실체를 해소할 의사 없이 당사자가 이혼신고의 의사만으로 신고를 하더라도 이혼신고는 무효라고 본다.
(2) 형식적 의사설
형식적 의사설은 이혼의사란 법률상 이혼할 의사, 즉 형식적으로 이혼신고를 할 의사를 말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형식적 의사설에 의하면 당사자가 이혼신고를 한다고 하는 합의를 한 이상 사실상의 혼인관계를 해소할 의사의 유무와 관계 없이 이혼은 유효하고, 이혼신고에도 불구하고 혼인의 실체를 해소하지 않은 때에는 사실혼으로 된다고 본다.
- 가장이혼에 관한 판례
판례의 경향을 살펴보면, 1961년과 1967년의 판결에서는 ‘이혼신고 당시에 이혼의사’가 있는가 여부를 중시하고, 특히 1967년의 판결에서는 ‘신분행위의 의사주의적 성격’을 그 근거로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1975년과 1976년의 형사판결 및 1993년과 1997년의 판결에서는 ‘이혼당사자간에 일응 일시나마 법률상 적법한 이혼을 할 의사’가 있다고 인정하는 태도가 이혼신고의 법률상 및 사실상의 중대성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법률상의 이혼의사」의 존재 여부에 중점을 두고, 특히 1976년의 형사판결에서는 명시적으로 ‘이혼의 효력발생 여부에 있어서 형식주의’를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결국 1961년과 1967년의 판결에서는 이혼이라는 "신분행위의 의사주의적 성격"을 강조한 반면에, 1975년과 1976년의 형사판결에서는 혼인 및 이혼신고의 "형식주의적 성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1975년과 1976년의 판결이 형사판결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순수한 민사판결로서 어떤 목적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이혼신고에 합의한 협의이혼신고가 무효라는 주장을 부인한 판결은 1981년의 판결이 첫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최근 1993년과 1997년의 판결에서도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적법한 이혼을 할 의사를 이혼의사로 인정한 사실에서 판례의 변천이라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 본 판결에 대한 검토
본 판결은 협의이혼에서 당사자간에 협의이혼신고의 합의가 있는 이상, 비록 다른 목적으로 한 이혼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유효하다고 하여 협의이혼의 의사의 해석에 관하여 형식적 의사설을 취하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 의의가 있다. 본 판결은 이혼의 효력발생 여부에 관한 형식주의 아래에서의 이혼신고의 법률상 중대성에 비추어 협의이혼에서의 이혼의사는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시적으로나마 그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간의 합의하에 협의이혼신고가 된 이상 그 협의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자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결국 그 협의이혼은 무효로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 판결에 따르면 A가 사실상의 부부관계까지 해소할 의사는 없고, 단지 장인, 장모를 상대로 노임청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B와 일시적으로나마 이혼신고를 하기로 하는 합의하에 협의이혼신고를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혼의사가 결여되어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
본 사건에서 A와 B의 합의에 따라서 협의이혼신고가 되고, 비록 그 이혼신고가 A·B간에 실질적으로는 부부관계를 해소할 의사가 없이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혼신고를 수리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실질적 심사권이 없으므로, 신고당사자간의 효과의사의 내용이나 생활관계를 조사·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실질적 의사설에 따라서 A·B간에 실질적으로 부부관계를 해소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협의이혼이 무효가 된다고 한다면 이혼신고의 공시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재혼 등으로 인한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어 신분관계의 질서를 유지할 수 없어 부당하다고 보아야 한다. 본 판결과 같이 형식적 의사설의 견해에 의하여 A·B간의 협의이혼이 유효하다고 보는 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