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판결은 대법종합법률정보에 게시된 글입니다. 출처 : 대법원 2021. 12. 16.자 2017스628 결정]
민법 제837조의2에서 규정한 면접교섭권의 취지 /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민법 제837조의2 제1항은 “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고, 제3항은 “가정법원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제한·배제·변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부모와 자녀의 친밀한 관계는 부모가 혼인 중일 때뿐만 아니라 부모의 이혼 등으로 자녀가 부모 중 일방의 양육 아래 놓인 경우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는바, 면접교섭권은 이를 뒷받침하여 자녀의 정서안정과 원만한 인격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이는 자녀의 권리임과 동시에 부모의 권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문언 및 면접교섭의 취지 및 성질 등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이 면접교섭의 허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부모에게도 면접교섭을 통해 자녀와 관계를 유지할 기본적인 이익이 있으므로 이를 아울러 살펴야 한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면접교섭을 허용하되,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부모의 이혼 등에 따른 갈등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일부 발견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면접교섭이 이루어질 때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등을 깊이 고려하여, 가정법원은 개별 사건에서 합목적적인 재량에 따라 면접교섭의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능한 한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면접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이러한 고려 없이 막연한 우려를 내세워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한다. 이때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자녀의 연령, 건강상태, 면접교섭에 대한 의사와 함께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나 친밀도,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의도나 목적, 자녀의 현재 양육환경에 비추어 면접교섭이 양육자인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자녀가 새로운 양육환경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되는지, 면접교섭 청구인에게 양육자인 부모 일방 또는 자녀에 대한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등의 전력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에 단기적·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청구인(베트남 국적)은 2011. 2. 10. 상대방과 혼인신고를 한 후 2013. 11. 11. 사건본인을 출산하였고, 그 무렵부터 약 6개월간 사건본인을 양육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4. 8. 26.경 투병 중인 친부를 만나기 위해 베트남으로 출국하였다가 한 달 뒤 귀국하였는데, 상대방의 반대로 귀가하지 못한 채 상대방과 별거하게 되었다. 상대방은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사건본인을 양육하고 있다.
다. 청구인은 2015년 내지 2016년에 사건본인을 만나기 위해 찾아갔으나, 상대방과 사건본인이 이사를 하여 만나지 못하였다.
라. 상대방은 2015년에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5드단1178호)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2016. 2. 12.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어 청구인과 상대방은 이혼하였다. 상대방은 사건본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청구인이 사건본인을 출산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출하여 사건본인과의 친밀도가 낮고 사건본인을 잘 돌볼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점, 상대방이 면접교섭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면접교섭을 인정할 경우 사건본인을 둘러싼 분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청구인의 면접교섭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민법 제837조의2 제1항은 “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고, 제3항은 “가정법원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제한·배제·변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부모와 자녀의 친밀한 관계는 부모가 혼인 중일 때뿐만 아니라 부모의 이혼 등으로 자녀가 부모 중 일방의 양육 아래 놓인 경우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는바, 면접교섭권은 이를 뒷받침하여 자녀의 정서안정과 원만한 인격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이는 자녀의 권리임과 동시에 부모의 권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문언 및 면접교섭의 취지 및 성질 등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이 면접교섭의 허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부모에게도 면접교섭을 통해 자녀와 관계를 유지할 기본적인 이익이 있으므로 이를 아울러 살펴야 한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면접교섭을 허용하되,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부모의 이혼 등에 따른 갈등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일부 발견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면접교섭이 이루어질 때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등을 깊이 고려하여, 가정법원은 개별 사건에서 합목적적인 재량에 따라 면접교섭의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능한 한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면접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이러한 고려 없이 막연한 우려를 내세워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한다. 이때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자녀의 연령, 건강상태, 면접교섭에 대한 의사와 함께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나 친밀도,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의도나 목적, 자녀의 현재 양육환경에 비추어 면접교섭이 양육자인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자녀가 새로운 양육환경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되는지, 면접교섭 청구인에게 양육자인 부모 일방 또는 자녀에 대한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등의 전력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에 단기적·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결정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청구인이 사건본인을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과 별거하게 되었고 이후 사건본인을 만나지도 못하였던 이상, 청구인과 사건본인 사이의 유대관계가 약하거나 친밀도가 낮을 수는 있다. 그러나 청구인과 자녀 사이의 낮은 친밀도는 장기적으로 면접교섭을 실시함으로써 오히려 개선될 여지가 있다. 면접교섭의 목적은 부모의 이혼 후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여 자녀의 복리를 실현시키는 데 있는바, 청구인과 사건본인 사이의 유대관계가 약하거나 친밀도가 낮다는 이유로 면접교섭을 배제하여 관계를 회복할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면접교섭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유대관계가 약해 처음에는 면접교섭이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면접교섭의 방법을 상황에 맞게 다양화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 상대방이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면접교섭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청구인의 면접교섭을 허용할 경우 청구인과 상대방의 갈등으로 단기적으로는 사건본인의 양육환경에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해 사건본인의 정서안정이나 원만한 인격발달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청구인의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하게 된다면, 이는 당사자들로 하여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사건본인의 정서안정과 원만한 인격발달을 오히려 저해하게 될 우려가 있다. 또한 면접교섭권은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인 청구인의 권리이기도 하므로, 상대방이 면접교섭에 반대한다고 해서 청구인이 사건본인과 관계를 유지할 기본적 이익을 박탈할 수도 없다. 상대방이 면접교섭을 반대하는 상황은 면접교섭의 제한과 점진적인 확대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록에 비추어 보더라도 상대방의 면접교섭에 대한 반대의사 외에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면접교섭을 허용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침해한다고 볼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3) 청구인은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상대방 또는 사건본인에 대한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등의 전력도 확인되지 않는다. 청구인이 외국인으로서 사건본인과의 면접교섭을 통해 체류자격이 연장될 수 있기는 하나, 청구인의 이 사건 신청이 전적으로 체류자격 연장만을 위하여 면접교섭권을 악용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러한 사정은 면접교섭을 제한할 사정이 되지 않는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청구인의 이 사건 면접교섭을 배제한 제1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면접교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 노태악 오경미(주심)